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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편파적인 한국현대사 - 프롤로그

ziptory78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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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8월, 서울의 어느 골목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 대한민국은 분명 빠르게 성장하던 때였지만, 여전히 가난했고 연달아 찾아온 오일쇼크의 파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10·26 사태가 벌어졌고,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항쟁까지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만 두 살이 되기도 전에 나라 전체가 격변의 물살을 탔던 셈인데, 내 기억 속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사는 후천적으로 습득한 지식과 경험의 모음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그리고 흔히 “40대는 민주당 지지층이 많다”는 통계가 회자되는 지금,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또는 배우고 느껴온—한국현대사를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내란사태의 종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기록이 5월 중순쯤 치러질 대선을 앞둔 이들에게 밭갈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조금이나마 내란이 완전히 종식되고,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대동세상을 이룰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제목을 “나의 편파적인 한국현대사”로 정한 데에는 유시민 작가에 대한 오랜 팬심이 작용했다. 그의 지적 능력과 철학, 그리고 『나의 한국현대사』를 통해 보여준 통찰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동시에 나는 이 책에서 편파적이라는 사실을 애써 감추지 않을 생각이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확고한 시각을 드러내겠다는 다짐이랄까.

 

사실 30대 초반까지 나는 ‘정알못’이었다. 정치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정치가 필요 이상의 분열과 혐오만 낳는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 언론과 정치인들은 정치혐오를 적극 부추기고, 국민이 정치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전략을 써온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도록 독려했을 때도, 나는 그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일 잘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걸었다. 끊임없이 싸우기보다는 ‘실용적’으로 일하는 정치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과 SNS, 그리고 팟캐스트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꼼수다’를 처음 들었을 때, 친구가 “6m의 비밀”을 아냐고 묻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곳에서 김어준과 나꼼수 팀이 매주 폭로하는 정부 비리는 너무나 적나라했다. 구체적인 논리와 근거를 통해 ‘정치가 내 삶에 이렇게나 깊숙이 파고드는구나’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미 2009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는데, 그를 몰아세우던 기성 권력과 언론을 더는 용서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때부터 나는 지독하리만치 편파적인 관점을 갖게 되었다.

 

이제 1978년부터(70년대)  2025년까지, 내가 걸어온 길과 한국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엮어 기록해보려 한다. 다만 모두를 담을 수는 없다. 내가 중요하다고 느꼈던 순간과 사건을 중심으로 추려볼 생각이다. 물론 내 기억에도 왜곡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실은 자료가 부족하거나 확인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가능한 한 세밀하게 살펴보며, 편파적이지만 단단한 논리를 마련해보려 한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가 머지않았고, 뒤이어 5월 중순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다.(말조심이 중요한데) 그때까지 내가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먹고사는 일을 잠시 뒤로 미루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쓰고 싶다. 오롯이 내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사를 엮어서, 내란 사태가 끝나고 대동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부터 펼쳐질 “나의 편파적인 한국현대사”는 유시민 작가님을 오마주한 개인적 프로젝트이자, 나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려는 발걸음이다. 편파적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는 만큼, 다소 극단적이거나 낯선 해석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정을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점만으로도 이 글을 이어가는 충분한 동기가 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미래가 가까워지는 지금, 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시대의 변화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이 한 걸음 한 걸음에 실린 울림을 통해 스스로 다시금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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