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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제주를 떠나 육지로 가고 싶었던 애순이의 사연

ziptory78 2025.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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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에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는데, 내 마음 한구석이 참 묵직하더라.
그냥 50년대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보다 보면 이게 단순히 애순이의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싶었어.

특히 초반에 애순이가 육지로 나가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장면들.


제주, 낭만의 섬? 애순에겐 감옥 같은 땅

사람들은 제주도를 생각하면,
"바다 예쁘지", "한라산 멋있지", "공기 좋지" 이런 말부터 꺼내.
근데 애순에게, 아니 그 시대 제주에서 태어난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는 낭만이 아니라 ‘탈출하고 싶은 섬’이었어.

왜일까?

유배의 기억이 뿌리처럼 박힌 섬

조선 시대에 높은 벼슬하던 양반들이 죄를 지으면 어디로 보내졌을까?
맞아, 제주도야.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 들어봤지?

그건 말이 제주도가 좋아서가 아니라,
사람을 그 섬에 가두면 다시는 못 돌아올 거라는 절망감의 표현이었어.
실제로 유배 온 양반들 중 대부분은 다시 한양으로 못 돌아갔지.

그렇게 양반들이 제주로 쫓겨오고, 현지의 순박한 처녀들과 짝을 지으면서
그들의 후손이 섬에 뿌리내렸어.
문자 쓰는 사람들, 공자왈 맹자왈 하는 남자들, 그리고 생계의 전부를 짊어진 제주 여자들.

일하는 건 늘 여자였어

애순이 엄마, 바다에 들어가는 해녀였잖아.
잠수병이 생길 줄 뻔히 아는데도 물질을 했었어.
왜?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그 시절 제주에선 남자가 글을 읽고 사상을 논할 때, 여자는 밭에, 바다에, 집안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어.
‘여자니까’.

제주 전통 가옥을 보면 특이한 구조가 있어.
큰집, 작은집, 안채, 바깥채가 복잡하게 섞여 있어.
그게 왜 그러냐면…양반으로 유배 온 사람들이 첩을 두고 살았기 때문이야.
확대 가족 시스템이 고스란히 가옥 구조에 남은 거지.

그리고 애순이, 섬에서 태어난 딸의 서러움

애순이의 꿈은? 국어 선생님이 되는 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제주를 떠나야 했어.
근데 그게 쉬웠겠어? 육지에 있는 대학에 가려면 돈이 있어야지, 한자를 알아야지, 집안도 받쳐줘야지.
근데 애순이 집은 그러지 못했어.

애순이는 늘 전전했지. 떠도는 삶. 그게 애순이였어.

제주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

놀라운 사실 하나.
2010년 이후 제주도 고등학생들의 수능 평균 성적이 전국 최상위권이래.

이유가 뭘까?

섬을 빠져나가고 싶어서 아닐까.

공부가 탈출구야. 서울로, 육지로, 중심으로 나가기 위한 유일한 길.
그래서 제주도 아이들은 악착같이 공부하는것이 아닐까.
누구는 그걸 "근성 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야.

“나는 나가고 싶었어요.”

드라마 속 애순이가 말하잖아. “나는 나가고 싶었어요.”
그건 단순히 ‘도시가 좋아서’가 아니라,
섬에 갇혀 살아야 하는 여자라는 사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절규였던 거라고 들렸어.

애순은 그냥 한 인물이 아니야.
제주도에서 태어난 딸로서, 살아내야 했던 모든 여성의 상징이 아닐까.
섬이라는 공간에 갇혀버린 채, 늘 “떠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

 

우리는 제주도를 볼 때 낭만만 보지 않았나?
‘제주 한 달 살기’, ‘로컬 여행’, ‘디지털 노마드’
이런 단어들로 포장하면서 정작 그 땅에 깃든 역사와 눈물은 외면하지 않았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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